3. KPI, 열심히 노력해도 잘 안되는 이유가 뭐지?
10여년 이상 교육이나 자문을 하면서 경험한 것을 반추해보면
다음과 같은 이유로 실패를 많이 하는 것 같다.
실무자들에게 실제적인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첫째,
KPI를 많이 갖고 있다.
앞에서 언급한 KPI의 정의에서도 유추할 수 있듯이 KPI는 전략목적 달성에 긴요한 것에 한정되어야 하는데 현장에서는 이와 정반대의 방향으로 나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는 다다익선이라는 잘못된 인식과 관행에서 유래된 것으로 극복하기가 참 어렵다.
예를 들어, KPI를 많이 가지고 있는 경우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양한 측면을 정밀하게 살펴본 것이므로 좋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것이 KPI 운영의 실패를 초래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 KPI를 많이 가지고 있을 수록 상황은 더욱 안 좋게 된다. 아이러니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가장 중요한 숙제를 안 한 것으로 아이러니가 아니다.
즉 이것 저것 따져 보기 위해 많은 PI(KPI의 후보)들을 찾아 보는 것은 필요하다. 그런데 이를 그대로 KPI로 부르면 안된다. PI 중에서 진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또 고민해서 KPI를 추려내야 한다. 이 ‘고민하여 추려내는’ 숙제를 안 한 것이다.
둘째,
KPI 간 MECE 원칙의 유지 여부를 검토하지 않는다.
KPI 간에는 MECE(Mutually Exclusive Collectively Exhaustive) 원칙이 적용되어야 한다. 즉 KPI 간에는 서로 독립적이되 KPI를 다 모으면 중요한 대부분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당연한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이익=수익-비용’의 예를 들어 쉽게 설명해보자.
수익과 비용은 기본적으로 어느 하나가 다른 것에 직접적으로 종속되는 것이 아니라 독립적이다. 그러나 이익은 수익과 비용이 결정되면 수동적으로 결정되는 것으로 종속적이다(즉 독립적이지 않다). 따라서 이익이 독립적인 KPI로 존재한다면 ME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ME 원칙이 잘 지켜지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실패한다.
한편 KPI들을 다 모으면 중요한 것들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자료를 쉽게 구할 수 있거나 측정하기 쉬운 것들 위주로 KPI를 선정하다 보니 중요한 것들이 빠지게 되는 경우가 많다. CE 원칙에 어긋난다. 그래서 실패한다. CE는 어떤 면에서 보면 ME보다 충족하기가 더 어렵다. 그러나 strategic alignment를 실질적으로 달성하면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MECE 원칙이 충족될 수 있다.
셋째,
KPI가 cross-functional하지 못하다.
KPI는 기본적으로 특정 부서에만 관계된 것이 아니라 관련 부서의 협력을 촉진할 수 있어야 한다. 즉 cross-functional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KPI가 부서들을 격리하는 공고한 칸막이 역할을 하게 되어 오히려 조직의 성과를 해치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실례로 미국의 한 회사는 연말 X-mas 시즌의 매출을 높이기 위해 마케팅 부서에게 X-mas day 약 일주일 전까지 엄청난 DM(Direct Mail)을 발송하도록 하는 KPI를 지정해 주었다. 마케팅 부서는 최선을 다해 이를 달성했다. 그런데 DM이 짧은 기간에 집중되다 보니 고객의 전화도 짧은 기간에 집중되게 되었다. 당연히 call center의 응대가 상당히 늦을 수 밖에 없었다. 이에 고객들의 불만이 크게 높아지고 해당 회사에 등을 돌리게 되었다. 마케팅 부서의 노력 덕에(?) call center는 신속한 고액응대라는 자신의 KPI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였을 뿐만 아니라 회사 전체적으로는 매출 손실, 고객 이탈 등 많은 것을 잃게 되었다. KPI가 cross-functional하지 못할 경우 엄청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넷째,
KPI의 목표치(target) 설정이 합리적이지 못하다.
대부분의 조직에서 주목하고 있지 않지만 KPI 운영과 관련하여 매우 중요한 것이 KPI의 목표치 설정이 합리적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KPI의 목표가 합리적이지 않으면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놓치고 있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일반적으로 모든 KPI의 목표치는 해마다 증가한다. 작년보다 올해의 목표치를 높이고, 올해보다 내년의 목표치를 높게 설정하는 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여기에 커다란 함정과 오류가 있다. 고객 욕구의 변화. 내부적 필요성의 변화, 기술의 변화 등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특정 분야의 목표치를 감소시키기도 해야 한다. 매우 잘 나가고 있는 부문이더라도 장기적 전략에 따라서는 해당 부문을 매각하거나 선제적으로 축소하여야 한다.
신체가 건강하고 아름답기 위해서는 균형(balance)이 맞아야 한다. 손톱이나 발톱은 지속적으로 자라더라도 코나 귀의 크기는 어느 순간 성장을 멈추고 어떤 것은 오히려 퇴화되기도 한다. 이 것이 균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경우 기계적으로 모든 KPI의 목표치를 이전보다 더 높이고 있다. 조직의 건강 상태 또는 장기 전략 방향에 따라 KPI의 목표치를 합리적으로 설정하려는 노력이 절대로 필요하다. 어렵고 귀찮기 때문에 대부분의 경우 손도 대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극복해야 한다.
다섯째,
KPI의 cascading down이 획일적이다.
KPI를 합리적으로 하향 전개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우리의 잘못된 인식이 또 한번 KPI의 하향 전개를 획일적으로 만들어 KPI의 실패에 기여한다. 예를 들어, 전사 목표에 ‘이익 위주의 경영’이 있고, 이와 관련된 KPI를 ‘세전순이익률’로 정하고 목표치(target)를 ‘10%’로 하였다고 하자. 이를 하위 3개 본부와 각 본부 소속 20개 부서로 하향 전개할 때 각 본부나 소속부서의 특성이나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KPI를 모두 ‘세전순이익률’로 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아니 이렇게 한 것을 일관적이라고 생각하여 잘한 것으로 판단한다.
그러나 이는 대부분의 경우 각 본부나 부서의 특성 등을 무시한 획일적 행정의 표본이 된다. 예를 들어, B 본부는 2년 전에 신설되어 국내외 시장에 뿌리를 내리지 못한 단계라면 비록 전사 목표 중에 ‘이익 위주의 경영’이 있다고 하더라도 ‘세전순이익률’을 B 본부에는 적용하지 않고 ‘시장점유율’ 등 다른 KPI를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실패 요인과 반대로 하면 성공 요인이 되므로 성공요인에 대한 설명은 생략한다.